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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찾는 믿음


그즈음에 마리아가 길을 떠나 유다 산골 고을로 서둘러 갔는데,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서며
엘리사벳에게 인사하니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듣는 순간 태중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서 큰 소리로 외쳤다. "여자들 가운데 복되시며 태중의 아기 또한 복되시도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오시다니 이게 웬일입니까? 보십시오. 인사하시는 소리가 귀에 들리자 태중에서 아기가 신명이 나서 뛰놀았습니다.
복되도다. 믿으신 분, 주님이 해주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니!"(루카 1,39-45).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구세주를 잉태하리라는 소식을 듣고 나서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갔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방문 이유를 확실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가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그 징표로 제시한 친척 엘리사벳을 직접 만나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엘리사벳으로부터 확신과 위로를 얻기 위해서 방문한 것이 아닐까?

성서에 따르면 마리아는 결혼 적령기의 여인이었는데, 당시 이스라엘에서 여자들은 대략
13~16세 사이에 결혼을 했다. 반면에 엘리사벳은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나이의 여인
이었다. 이를 미루어보아서 마리아는 엘리사벳보다 훨씬 젊었을 것이다.
마리아는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너무 엄청난 일을 당하게 되니까 그야말로 어쩔 줄 몰라 했
을 것이다. 처녀로서 임신을 한다거나, 태어날 아이가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라든가 하는 것은
젊은 나이의 여인이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엄청난 사건이었다.
고심 끝에 마리아는 천사가 언급한 엘리사벳, 자신과 비슷한 일을 당한 나이 많은 친척
엘리사벳을 기억해 내고는 산골마을까지 찾아가서 자신의 불안한 처지를 얘기하고 의견을
구하려 했을 것이다.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골에 사는 친척 엘리사벳을 망문한다.
엘리사벳은 자신을 방문한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다음과 같이 칭송한다.
"여자들 가운데 복되시며 태중의 아기 또한 복되시도다! [¨] 복되도다, 믿으신 분, 주님이
해주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니!"(루카 1,42.45)
마리아가 천사에게 한 믿음의 응답이 축복을 받을 일이라는 내용의 칭송이다.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에게 하느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대답했지만,
과연 올바로 대답한 것인지, 앞으로 다가올 일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과 신앙 경륜이 깊은 엘리사벳으로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믿었기에 복되다는 칭송
을 들으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털어 버리고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았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엘리사벳의 입을 통해서 마리아의 신앙적 결단이 옳은 것이었음을 입증시켜주신
것이다. 그러자 마리아는 《마리아의 노래》(루카 1,46-55)로 자신을 돌보아 주신 구원자
하느님을 찬양한다. 아마도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진정으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주었기에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집에서 석 달 가량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루카 1,56).

하느님의 말씀과 뜻에 순종의 태도로 응답해야 하지만, 그것이 불안감을 제거해 주지는 않는
다. 정말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 뜻을 따르는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 하느님 뜻에 순종하
는 데에 따른는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 등등이 우리를 괴롭힌다.
물론 이럴 때 기도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혼자보다 신앙의 길을 같이 가고 있는 동료 신앙인들과 함께 두려움과 어려움을 나눈
다면 더 큰 확신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불안할 때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동료 신앙인들과
함께 길을 찾고 서로 격려하며 위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수께서도 체포되시기 전에 올리브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기를 원하셨다(마태 26,36-44참조).

예수께서는 그들과 함께 기도하시면서 십자가 수난을 짊어질 힘을 얻으려 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자들은 예수께서 원하신 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잠만 잤다.
비로소 예수 승천 이후에 제자들은 스승이 계시지 않는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함께 모여
서 마음을 모아 기도에 힘썼다(사도 1,14). 이런 가운데 성령께서 그들에게 내려오시고,
그들은 성령께로부터 용기와 지혜를 얻어 예수를 구세주라고 만방에 선포하게 된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가 문안을 드렸을 때 엘리사벳의 뱃속에 든 아기가 뛰놀고,
엘리사벳 자신은 성령을 가득 받아서 마리아를 칭송한다.
젊은 여인 마리아가 나이든 여인 엘리사벳에게 활력을 주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 엘리사벳은 마리아에 대한 칭송을 통해서 불안해하는 젊은 여인 마리아에게 확신
과 힘을 선사했다. 이런 관심에서 성모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은 젊은이와 나이 든 이,
신세대와 구세대의 아름다운 만남, 성공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세대간의 격차가 너무 심해진다는 데에 관해서는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어느 시대나 세대간의 갈등은 있었지만 오늘날과 같이 이렇게 큰 이질감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10여 년 전 어느 락카페에는 25살 넘은 사람은 아예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에 분개한 한 남자가 25살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되는 카페를
강남 어디에다 열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는 세대간의 갈등과 이질감을 명확하게 드러낸 예라고 하겠다.

신세대가 아무리 새롭고 독특한 것 같지만 구세대라는 바탕이 없었다면 결코 생겨날 수 없었
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결국 다음 세대로부터 '구태의연'하다는 말을 들 을 수밖에
없는 구세대가 된다. 반면, 구세대는 자신들도 한때는 '버릇없는' 신세대였다는 것을 기억하
면서 그들을 인내로 대해야 할 것이다.
신세대와 구세대 간의 어느 정도 긴장은 창조적인 긴장이라 할 수 있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배척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서로를 해치는 일이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나는 이야기를 대하면서 신세대와 구세대가 서로에게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구세대는 새로움과 창의력을 지닌 신세대로 부터 활력을 얻을 수
있고, 신세대는 구세대에게서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다른 어느 곳보다 교회 공동체가 먼저 신·구세대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신세대와 구세대가 서로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그분의 뜻을 실천
하는 데에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의 뜻을 중심에 두고
각자의 특성을 살리고 존중하며 서로 돕는다면 우리는 예수의 가족이 된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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